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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감정,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by Hare. 2025. 6. 17.

대만 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는 많은 관객의 마음에 첫사랑의 기억을 다시 불러일으키는 청춘 영화입니다. 다투고 웃고 사랑했던 그 시절의 감정은 지금 돌아가려 해도 도달할 수 없는 것처럼 느껴지며, 이 영화는 그 잊히지 않는 감정의 무게를 잔잔하게 보여줍니다.

 

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포스터

 

그 시절의 우리는 몰랐던 감정의 무게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는 제목처럼 단순히 첫사랑을 회상하는 영화가 아닙니다. 이 영화는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감정이 얼마나 순수하고 동시에 무거운지를, 그리고 그 감정이 청춘이라는 한정된 시간 속에서 어떻게 피어나고 사라지는지를 조용히 말하고 있습니다. 주인공 커징텅은 말썽꾸러기처럼 보이지만 내면은 섬세하고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 인물입니다. 션자이이 역시 차분하고 강단 있는 소녀지만, 그 안에는 주저함과 설렘이 공존하는 복잡한 감정들이 숨겨져 있습니다. 이 둘의 관계는 사랑이라고 딱 잘라 말하기보다는, ‘좋아한다’는 감정의 복합적인 단계를 모두 담고 있어서 오히려 현실적으로 다가옵니다. 당시엔 서로의 감정을 정확히 표현하지 못했고, 그렇게 하지 못한 감정은 시간이 흘러 커져버립니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우리가 품고 있던 감정이 단순한 호감이 아니라 삶에서 한 번쯤 꼭 경험해야 할 진심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영화 속 커징텅이 션자이이의 결혼식에서 그 마음을 내려놓으면서도 끝내 웃는 장면은 단지 체념이 아니라, 그 감정의 아름다움까지도 기억으로 남겨두기로 한 선택처럼 보입니다. 감정은 어릴 때 더 투명하고 솔직하지만, 그만큼 통제되지도 않고, 예측할 수 없기도 합니다. 우리는 그 시절의 감정을 다 이해하지 못한 채 흘려보냈고, 시간이 지나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그 마음을 문득 떠올릴 때가 있습니다. 이 영화는 그런 순간들을 아주 섬세하게, 감정에 기대지 않고 서사 속에서 자연스럽게 펼쳐냅니다. 결국 ‘그 시절’이란 시간보다도, 그 시절 속 감정이 왜 돌아올 수 없는지를 깨닫게 만드는 작품입니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청춘의 찬란한 어긋남

청춘은 항상 미완성의 감정을 남깁니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는 그렇게 끝맺지 못한 관계, 말하지 못한 감정, 표현하지 못한 진심에 대한 기록입니다. 영화는 커징텅과 션자이이의 일상적이고 가벼운 교류 속에 감정의 진폭을 서서히 쌓아갑니다. 특별히 드라마틱한 장면 없이도 관객이 감정적으로 몰입하게 되는 건, 그들이 겪는 모든 갈등과 고민이 현실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학생으로서 공부와 진로, 친구와의 우정, 부모와의 갈등 등 현실적 문제 속에서도 주인공들은 누군가를 좋아하는 감정 하나로 자신을 버티고 단단하게 만들어갑니다. 하지만 이 영화가 진짜 아프게 다가오는 지점은, 그 모든 진심이 결국에는 서로에게 닿지 못하고 어긋난다는 사실에 있습니다. 커징텅은 션자이이를 끝까지 좋아했지만, 그녀가 무엇을 원하는지 끝내 알아차리지 못했고, 션자이이 역시 커징텅에게 기대는 마음을 말로 표현하지 못했습니다. 감정은 존재했지만, 그 감정을 다루는 법을 몰랐던 시절, 우리는 너무 서툴렀고 조심스러웠으며 동시에 제멋대로였습니다. 그렇게 서로를 좋아하면서도 자주 다투고, 멀어지고, 다시 가까워지기를 반복했던 시간들은 결국 한순간에 끝을 맞이합니다. 영화는 그 감정을 극적으로 정리하려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연스럽게 시간 속으로 흘려보내며, 그 시간 자체가 감정의 기록이었음을 강조합니다. 다시 돌아갈 수 없기에 더욱 아름답고, 그 어긋남조차도 그 시절의 일부로 기억하게 됩니다. 누구나 한 번쯤 겪었지만 끝내 붙잡지 못했던 감정이 있었고, 그 감정을 떠올릴 때 느끼는 막막함과 따뜻함이 이 영화의 진짜 감정선입니다. 이 영화는 그런 미완성의 청춘을 찬란하게 기억하도록 도와주는 매개체가 됩니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가 남긴 감정의 잔상

첫사랑은 왜 그렇게 오래 남는가에 대한 질문은 이 영화가 던지는 궁극적인 메시지 중 하나입니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는 단지 과거를 회상하는 청춘 영화가 아니라, 지금의 우리에게 그 감정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걸 보여줍니다. 영화가 끝난 후에도 커징텅의 마지막 고백처럼, 우리는 아직도 그 시절을 떠올리고 있고, 그 마음을 다 풀어내지 못한 채 어른이 되었습니다. 그 감정이 완성되지 않았기에 더 오래 남아 있는 것이고, 표현되지 못했기에 더 자주 떠오르는 것입니다. 션자이이의 결혼식에서 커징텅은 씩 웃으며 축복을 보냅니다. 그 웃음에는 부러움도, 미련도, 아쉬움도 모두 들어 있습니다. 그 장면은 단지 과거의 감정을 떠나보내는 장면이 아니라, 그 감정이 내 삶에 있었다는 걸 받아들이고 기억으로 간직하는 순간입니다. 어쩌면 첫사랑이라는 감정은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안에 계속해서 살아 있는 채로, 시간이 지날수록 더 진하고 정확하게 느껴지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이 영화는 그 잔상을 어떻게 마주하고, 받아들이고, 품을 것인가에 대한 태도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것이 결국 우리의 성장과 감정의 깊이를 만들어낸다는 사실도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는 단순한 감정 소비형 청춘 영화가 아닌, 감정을 돌아보게 하는 성찰형 서사로 오래 남는 작품이며, 그 잔상은 시간이 흐를수록 선명하게 되살아납니다. 그 감정을 다시 느낄 수는 없지만, 우리가 한때 그렇게 누군가를 좋아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 시절은 충분히 아름다웠다는 것을 이 영화는 조용히, 그러나 깊이 있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